"3년 동안 정신과 치료, 공포였다 " 숨진 대전 교사 기록 보니

입력 2023-09-09 15:28   수정 2023-09-09 15:41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전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생전 특정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교권 침해를 당한 기록이 9일 공개됐다.

A씨는 지난 7월 실시한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에 자신의 사례를 직접 작성해서 제보했다. 당시 A씨는 우울증 약을 복용했고 당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록에 의하면 2019년 A씨가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당시 반 학생 중 4명이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같은 반 학생을 지속해서 괴롭힌 정황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교사 A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B 학생의 경우,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교실에서 잡기 놀이를 하거나 다른 친구의 목을 팔로 졸라서 생활 지도를 하기도 했다. B 학생이 수업 중 갑자기 소리를 쳐서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을 안 하고 버티거나 친구를 발로 차거나 꼬집기도 했다.

4월에는 B 학생 학부모와 상담했지만 부모는 "학급 아이들과 정한 규칙이 과한 것일 뿐 누구를 괴롭히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선생님이 1학년을 맡은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조용히 혼을 내든지 문자로 알려달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후로도 B 학생의 적절치 못한 행동이 반복됐다.

특히 이 학생이 급식을 먹지 않겠다며 급식실에 누워서 버티자 A씨는 학생을 일으켜 세웠는데, 10일 후 B 학생 어머니는 '아이 몸에 손을 댔고 전교생 앞에서 아이를 지도해 불쾌하다'고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

급기야 2학기부터는 친구 배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는 행동이 이어지자 A씨는 B 학생을 교장 선생님에게 지도를 부탁했다.

다음날 B 학생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사과를 요구했지만, 당시 교장과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도 쓰여 있었다.


해당 학부모는 그해 12월 2일 국민신문고와 경찰서에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교육청 장학사의 조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위에서는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 처분을 받으라는 1호 처분이 내려졌다.

A씨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3년이란 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다시금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공포가 떠올라 계속 울기만 했다"며 "저는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어떠한 노력도 내게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가 있기 때문이다"고 털어놨다.

당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A씨는 당시 남편이 '회사 일을 하는데, 왜 회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냐'는 물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끝으로 A씨는 "서이초 사건 등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어 교사들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다시 안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었다.

A씨는 글을 쓴 지 약 한 달 반 뒤인 지난 7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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